한울 이야기 · 34 / 50
연극을 십 년 했다. 판을 깔 돈은 늘 내가 댔고, 대표는 따로 있었다. 그들이 몇십억을 벌 때 나는 월 삼백을 받는 직원이었다. 하루에 네 시간만 자면서, 그걸 십 년이나 했다. 연극이 좋았고, 사람이 좋았으니까. 사랑하면 눈이 먼다.
결국 "없구나" 하고 떠났다. 지나 보니 나는 십 년을 바쳐 남의 몇십억을 깔아준 판돈이었다.
결혼 오 년 만에 이혼했다. 미안해서 가진 걸 두고 나왔다. 한겨울에, 티셔츠 한 장과 롱패딩 하나, 주머니에 삼십만 원. 찜질방 정액권이 떨어지자 문 열린 빌딩 계단에 쪼그려 잤다.
그래도 이상하게, 여기가 바닥이면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밤을 넘겼다. (계속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