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울 이야기 · 28 / 50
정신없이 장례를 다 치르고 나서야, 누군가 조용히 일러주었다. 그날이 아버지의 기일이었다고.
아버지가 떠난 그 날짜에,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떠났다.
나는 그 우연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. 세상이 나를 데리고 무슨 장난을 치는 건지, 아니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.
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 아버지가, 그 하루로 내 인생에 가장 크게 들어왔다. 나는 아버지를 잃은 기억이 없는 사람인데, 그날 아버지를 다시 잃은 것 같았다.
지금도 나는 그 날짜의 뜻을 모른다. 모르는 채로 이십 년을 지나왔다. (계속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