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울 이야기 · 16 / 50
1997년이었다. 동대문에서 스카프와 열쇠고리를 떼다가 독일, 스위스, 오스트리아, 이탈리아를 한 달간 돌았다. 스위스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.
아파트 비밀번호를 모르니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라 들어갔다. 엘리베이터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서, 거기서부터 한 집씩 벨을 눌렀다.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게 몸이 덜 든다는 걸, 아무도 안 가르쳐줘도 하루면 알게 된다.
1997년의 유럽에서 동양인은 이방인이었고 경계의 대상이었다. 말이 안 통하니 문구를 적어 보여줬다. 문이 열리기도 했고, 열리자마자 닫히기도 했다.
무시를 많이 당했다. 그래도 버텼다. (계속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