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울 이야기 · 13 / 50
다섯이서 지하철역에 섰다. 모금함을 들고. 모금함은 무겁지 않았다. 무거운 건 내 입이었다.
네 시간 동안 나는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걸 봤다. 계단을 오르는 사람, 개찰구로 사라지는 사람. 다들 나를 지나쳤고, 나는 그게 고마웠다. 아무도 나를 안 보는 동안은 거절당하지 않으니까.
무서운 건 사실 거절이 아니었다. 거절당하는 나를 내가 보는 것이었다.
여덟 살에 뺨을 맞고 학교를 못 나가던 아이가, 스무 살 몸속에 그대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. 열두 해가 지났는데 그 아이는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.
네 시간째,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. 다섯 글자였다. (계속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