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울 이야기 · 12 / 50
1996년 여름, 나는 백두대간을 걸었다. 6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, 오십 일.
장비 살 돈이 없었다. 떡을 떼다 동대문에서 팔아 배낭값을 만들었다. 걷기 위해 먼저 팔아야 했다. 그때부터 내 인생의 순서는 늘 그랬다.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뭔가를 떼다 팔았다.
오십 일을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다 잊었다. 남아 있는 건 다리 근육이 매일 조금씩 강해지던 감각뿐이다.
사람은 걷는 만큼 멀리 간다. 그 단순한 진실을 나는 머리가 아니라 종아리로 배웠다. 배우는 데 오십 일이 걸렸다. (계속)